시니어선교사의 장점, 강점

최철희 선교사(이모작선교네트워크)

“선교사는 젊고 강해야 선교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제 설득력을 잃고 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젊은이가 아니고는 선교 현장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풍토병과 사고, 의료시설 부재로 육체적으로 강하지 않으면 실제 사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건이 변화되었다. 대부분의 선교지에 의료시설이 있으며 어디나 통신과 교통이 발달했기 때문에 노년의 나이에도 얼마든지 사역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시니어선교사의 필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니어선교사의 장점은 의외로 많고, 사역 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얼마든지 있다.

첫째 시니어선교사들은 인생의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선교지는 이러한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전통적 선교사의 개념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지금 선교지는 상황이 변화되어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선교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평생 사회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종사했던 시니어 자원은 선교지에서 참으로 훌륭하고 유용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교육, IT, 의료, 예체능, 사무 관련, 비즈니스, 식품·조리, 농·축산, 건축·토목, 인테리어, 영상·미디어, 홍보·출판, 생활 위생, 기계·기기 수리, 지역개발, 구매·조달·수입 수출 업무, 이·미용, 선교사 자녀 돌봄, 선교사 부모 돌봄, 교회 협력 사역, 교회개척 등 거의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모든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선교사들이 필요하다.

둘째, 시니어들은 자녀 부양의 의무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다. 선교사들이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선교사들은 자녀들의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많은 시간과 재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에 비해 시니어선교사들은 어느 정도 자녀 문제로부터는 자유롭기 때문에 사역지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사역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은 시니어선교사의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셋째, 시니어들은 재정 후원에 있어 어느 정도 자유롭다. 선교사들에게 있어 가장 큰 부담은 사역과 생활, 자녀교육을 위해 필요한 후원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것이다. 시니어선교사들은 자녀들이 대부분 장성했기 때문에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가 거의 들지 않고, 선교지에서 자녀들 때문에 큰 집을 구할 필요도 없다. 물론 개인의 사정은 다를 수 있으나 연금이나 노후를 위한 저축 등이 있다면 그리 크게 후원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인생의 후반전을 위해 재정을 잘 준비한 사람이라면 훨씬 안정적으로 사역에 임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교회들의 선교비 지원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것도 간과하지 못할 현실이다.

넷째, 시니어들은 대개 신앙과 대인관계에 원숙하다.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니어선교사들에게는 젊은 선교사들이 갖지 못한 원숙함과 통찰력이 있다. 이미 인생에서 실패와 성공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어떤 문제 앞에 다다를 때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간혹 잘못된 사고와 판단이 있어도 몇 마디의 충고와 권면이라면 곧 깨달을 수 있는 지혜로움이 있다. 성경에 대한 이해도 머리로서가 아니라 삶으로 체험한 사람들이며, 많은 삶의 우여곡절 속에서 얻어진 안정감 있는 신앙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 선교사로 헌신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그 동기에 있어 매우 순수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선교사로 결단했지만 현실에 떠밀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가 뒤늦게 헌신하는 분들은 이제 젊은 시절을 지배했던 세상적인 성취욕이나 소유욕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을 따라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남은 생을 마치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많은 시니어선교사들이 한결같이 ‘참 즐겁습니다. 재미있습니다. 행복합니다.’ 이런 고백을 하는 것은 그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원하여 사역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션21 2014년 5월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