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의 사람 한국의 친구 헐버트

 헐버트는 1863년 1월26일, 미국 버몬트 주에서 태어나 1884년에 다트머스 대학을 졸업하고 유니온 신학교 재학 당시 조선 조정의 정식 초청으로 1886년 6월에 우리나라에 왔다. 처음에 그는 관립 소학교 교사로 있다가, 육영공원(育英公院)이 설립되자 8월부터 그 학교의 외국어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1894년에 육영공원이 폐교돼 하는 수 없이 일반 교사직을 떠나 미국장로교선교부 소속 선교사로 전임하게 되었다.

헐버트는 우리나라 YMCA의 초대 회장이었다. 한국 YMCA 즉, 황성기독교청년회가 1903년에 창설되었는데 그는 창설 준비위원장이었다. 1901년에 YMCA를 창설하기 위해 질레트(P. L. Gillett)가 파송되어 왔고 이어 자문위원회를 조직했다. 여기서 그는 위원장으로 뽑혔을 뿐만 아니라 초대 회장으로까지 추대되었다. 그는 YMCA의 창설 목적을 교육, 계몽, 선교 세 가지로 설정하고, 당시 나라의 운명과 현실 문제에 외면하기 쉬운 기성 교회 및 선교사들에 대하여, 또 한편 과격한 정치적 행동과 사회참여로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우국지사들에 대하여, 먼저 교육자의 구실, 계몽자의 구실, 설교자의 구실을 다하면 평화적인 혁명은 자연스럽게 구현된다고 주장했다.

YMCA가 창설된 지 2년 뒤에 을사조약이 체결되고, 미국과 일본의 ‘가츠라-태프트 밀약’이 성사되었다. 이때 고종 황제는 일본의 야망을 미국 대통령에게 고발하여 동정을 고하고자 미국에 밀사를 파견했는데, 그때 발탁된 인물이 헐버트였다. 그는 고종의 친서를 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자 했으나 미국의 배신행위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또 헐버트는 이준 등과 함께 1907년 헤이그 만민평화회의에 밀사로도 파견되었다.

 역사가 신지현의 『세계에 호소하다-고종의 밀사』엔 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밀사 일행에 앞서 4월 초 한국을 출발해 일본과 중국을 경유, 다시 시베리아횡단철도로 러시아를 거쳐 유럽에 도착했다. 헐버트는 스위스, 프랑스 등지에서 언론인들과 접촉하면서 한국을 위해 선전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그는 후에 한국 밀사들의 활동에 큰 도움을 준 영국의 저명한 언론인 W. T. 스테드와 접촉하여 그의 협력을 얻는 데 성공하였다.

스테드는 1899년 제1차 만국평화회의 때에도 저명한 신문기자로서 활약했고,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서는 헤이그에서 출간되는 <꾸리에 드 라 꽁페랑스>라는 일간지의 편집자로서, 밀사들의 언론을 통한 활약은 주로 이 사람을 통해 이루어졌다.” 3인의 밀사 파견이 사전에 탄로날까 봐 자기가 일부러 일본인 함정 속에 뛰어든 헐버트는 이 밀사 사건으로 인해 한국에서 추방당해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각지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한동안 프랑스 YMCA 간사로 일하기도 했다.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은 헐버트를 국빈으로 초대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86세의 고령이었지만 해방된 한국이 보고 싶어 억지로 왔다가 이레 만에 결국 서울 위생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는 “나는 웨스트민스터 성당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원하노라”라는 유언을 남기면서 최후의 숨을 거두었다. 헐버트는 명문 기독교 가정의 후예로서 그의 아버지는 회중교회 목사, 미들버리 대학 학장이었고, 그의 어머니는 다트머스 대학 창설자의 후예로서 인도 선교사의 딸이었다. 헐버트의 가족은 철저한 칼뱅 교리의 신봉자들이었다.

자료출처: <양화진 선교사 열전>(전택부 지음/홍성사, 양화진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