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열전 양화진에 묻힌 최초의 선교사 J.S. 헤론

 헤론의 가족은 헤론이 14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테네시주 녹스빌에 정착했다. 헤론은 동테네시주 메리빌대학을 졸업하고 이어 테네시 종합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개교 이래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다시 뉴욕 종합대학 의과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고 블랙웰 아일랜드병원에서 실습한 후 정식 의사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테네시 의과대학을 졸업하기 전, 학교로부터 교수가 되어줄 것을 요청받았으나 거절했다. 이유는 조선의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헤론은 존스보로 의과대학 교수의 딸인 해티 깁슨과 결혼, 1884년 봄에 최초의 장로교파 조선 선교사로 정식 임명을 받게 된다.

선교 본부는 “아직 조선에서 드러내놓고 복음을 전하기는 시기상조”이므로 우선 일본에 가서 조선말을 배우다가 1885년 6월21일에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광혜원을 제중원으로 고치고

헤론은 1887년 광혜원(廣惠院)의 2대 원장을 맡게 되고 아울러 고종의 시의로 임명된다. 광혜원의 초대 원장은 헤론보다 1년 정도 먼저 입국한 H. N. 알렌이었다. 광혜원은 1885년 2월25일부터 문을 열고 첫 1년 동안 2백65명의 환자를 입원시켰다. 그 중 1백50명에게 수술을 했고 통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만 1만 4백60명에 달했다. 광혜원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자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으로서, 갑신정변(甲申政變 1884년) 때 알렌이 민영익을 회복시켜준 공로로 고종이 건립을 허가했다.

 ‘가선대부’는 헤론이 임금의 시의가 되면서 받은 벼슬이었고 이때부터 혜 참판(參判)으로 통했다.

그는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으며 왕족들을 가까이서 모셨다. 명성황후는 헤론의 부인을 무척 아껴서 잔치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참석하게 했다.

날로 번창해가던 광혜원을 헤론이 제중원(濟衆院)으로 바꾸고 정릉 외국인 거주지에서 구리개(현 을지로 1가와 2가 사이에 있던 고개)로 이사를 갔다. 왕실의 총애를 받으며 특권층만 돌볼 것이 아니라 가난한 민초들에게도 의료혜택을 베풀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백성들의 건강 상태는 매우 비참했다.

다음은 한 병원의 보고서(1885년 4월10일~그해 말) 내용이다.

“조선인들의 절반은 천연두로 죽고, 매독은 아주 흔한 병입니다. 회충 환자가 1년간 760건이나 되고 피부병과 무좀은 백성들 거의 전부가 걸려 있습니다. 학질은 만병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각기나 디스토마 환자도 많습니다.

환자의 통계를 보면 장티푸스 환자가 1,147명, 소화불량과 기타 환자가 3,032명, 유행성 감기가 114명, 호흡기 환자가 476명, 정신병 환자가 833명, 성병 환자가 1,902명, 눈병 환자가 105명, 피부병 환자가 845명, 부인병 환자가 67명이었습니다.”

최초의 기독교 문서사역

 헤론은 성서번역에도 열심을 다했다. 초대 선교사에게는 성경을 어떻게 하면 빨리 번역하느냐가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서상륜역과 이수정역이 나오긴 했지만 그것들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번역한 것이므로 성경을 다시 번역하자는 것이 당시 선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1887년 성서번역 상임위원회가 조직되었고 헤론은 네 명의 번역위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죽기 바로 한 달 전인 1890년 6월25일에 한국성교서회(聖敎書會/ 대한기독교서회의 전신)를 창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독교 문서 출판을 시작하기도 했다. 1890년 7월26일, 33세의 나이로 한국에 온 지 5년 만에 헤론은 전염성 이질에 걸려 죽게 된다. 동료 선교사들은 미국 공사와 논의한 끝에 헤론을 조선 땅에다 묻기로 하고 양화진을 묘지로 결정했다. 양화진은 본래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주거지로 삼으려고도 했던 장소였다. 그러나 조선 황실은 이를 허락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동 미국 공사관 경내에 임시 묏자리를 정했지만 외국인의 시체를 성 안에다 묻는 것은 흉조라며 황실 뿐 아니라 일반 민중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그러자 선교사들은 미국 공사를 비롯해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5개국 공사의 공동 명의로 양화진을 외국인 공동묘지로 허락해 줄 것을 청원했다. 1893년 10월24일 드디어 정식 허락 아래, 헤론의 유해는 양화진으로 이장될 수 있었다. 이로써 그는 양화진에 매장된 최초의 선교사가 되었다.

 조선 황실이 양화진을 선교사의 묘지로 허락해 준 것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고종이 아버지 흥선 대원군이 저지른 천주교 박해에 대한 속죄의 뜻으로 그런 특혜를 내렸던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헤론이 떠나자 남겨진 미망인 해티 깁슨은 2년 뒤 J. S. 게일(1888년 캐나다 토론토대학 YMCA에서 파송. 헤론의 제일 친한 친구)과 결혼하게 된다. 게일은 30세 총각이었고 깁슨은 33세였는데 자녀까지 두 명이 딸려 있었다. 게일은 헤론의 아이들을 자신의 호적에 넣고 ‘헤론’이라는 성은 그대로 남겨 두도록 했다. 그 후, 곤당골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고아들을 돌보며 무어와 함께 1893년 교회를 개척한다. 이곳이 오늘날 서울 인사동에 있는 ‘숭동교회’의 전신이다.

자료출처: <양화진선교사열전> (전택부 지음, 홍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