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80만명 시대, 턱없이 부족한 사역자
“작은교회 목회자, 교회개척훈련 통해 힘을 받는다”

한국외국인선교회 대표 전철한 목사 - 국내 ‘외국인’ 선교와 ‘작은교회’ 자생의 해법 내놔

“외국인노동자 사역자나 안식년 차 내한한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었는데,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작은교회 목회자들에게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임을 실감했습니다.”
국내에서 15년째 외국인 사역을 하고 있는 한국외국인선교회 전철한 대표(66세)의 열정이 뜨겁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훈련에 참여하여 자신감이 충만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단다.

●교회개척 훈련 철저히
한국외국인선교회는 2년 전부터 미국 동양선교회(OMS)와 협약을 맺어 크리스천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인 교회개척 훈련(Train & Multiply, 이하 TM) 웍샵을 진행해오고 있다. 2년간 국내에서 외국인사역을 하는 목회자들과 안식년에 귀국한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800여 명이 웍샵에 참여했다.
이 웍샵에서는 63권의 소책자를 통해서 훈련한다. 글씨만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이해하고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34개의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인들에게 더없이 환영을 받고 있다고 다문화 사역자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이 63권 교재를 구입하려면 45만원 정도가 소요되지만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훈련받은 자들에 한해서는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웹상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교회나 다른 예배공동체를 증식시키기 위해 교회지도자와 셀그룹 인도자를 훈련시키는 TM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사역을 위한 훈련이 아니라 사역을 통한 훈련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은 자신의 셀 그룹이나 교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코칭 모델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이 훈련에 참여하는 목회사역자는 자기가 배운 것을 자신의 셀그룹이나 교회에 적용한다.
특히 훈련이 실제적이어서 자기가 TM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을 자신의 교회 사역과 생활에 적용하게 되니 자신도 더 탄탄해지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는 도전을 주는 동시에 리더자로 세워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 TM을 훈련과 증식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바울과 디모데 사이에서도 TM의 ‘증식’을 확인할 수 있다. 성경 디모데후서 2장 2절에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작은교회에 일거양득(一擧兩得)
TM 웍샵 이후 교회개척이 가정교회로부터 탄탄하게 진행되면 어렵지 않게 된다는 기대감이 작은교회 목회자들 사이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진행되는 웍샵에서는 TM과 다문화 사역 방법을 소개하는데, 이 두 가지를 가장 적절하게 잘 할 수 있는 부류가 ‘작은교회’ 목회자라는 것도 입증됐다.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일대일로 외국인 노동자들과 접촉하기에 용이합니다. 그들에게 친절과 사랑의 관계를 맺으면서 이 교재를 가지고 훈련한다면, 그래서 그들이 복음의 사람들이 된다면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외국에 계신 부모와 형제들도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TM 웍샵에서는 강사가 교재를 가지고 익히고 적용하는 방법, 즉 전도의 실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훈련받는 이들이 적용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론이 아닌 실제이기 때문에 현장감 있고, 스스로에게도 도전이 된다.
특히 긴 시간 전도가 잘 되지 않아 탈진해 있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이 훈련을 통해 본인 스스로가 힘을 얻는다. 그 힘은 바로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 특히 외롭고 힘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들을 만나면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복음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훈련을 받은 작은교회 목회자들끼리 1주일에 한 번씩 본인들 스스로 모임을 갖고, 훈련받은 것을 심화시키고 현장 경험의 실제 노하우도 나누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들도 생겼다.
“훈련 받은 목회자들은 곧바로 본인의 가정이나 교회나 단체 등에서 10여 명에게 훈련을 합니다. 그 10여 명 각자가 다시 자신의 직장이나 단체에서 모임을 갖게 되면 무려 100여 명이 리더자로 활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전 대표는 특히 평신도들이 훈련을 받을 경우 권한도 주어 그들 스스로도 ‘평신도 사역자’라는 마음으로 사회 속에서 역할을 한다면 지금보다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교회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신자들을 수동적이고 과잉 보호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권사가 되고 장로가 되어도 목회자나 구성원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지요. 어른의 모습으로 자신이 복음의 사람으로 우뚝 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남아공 등 해외에서는 그 활약상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TM을 배워 교회를 개척한 목사들의 사례는 새로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큰 용기와 격려가 되고 있다.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
전 대표는 서울신대와 아세아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를 취득했다. 외항선원 선교를 10년간 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에서 15년간 사역을 감당하다가 2001년 인천에서 한국외국인선교회로 사역을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컨테이너 작은 방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에 35개 지부가 생길 정도로 사역은 확대됐다. 언어권예배, 제자훈련, 한글학교, 쉼터운영, 의료사역, 다문화사역도 다양해졌다. 선교훈련원 건물도 마련했다.
전 대표는 1985년부터 자신을 파송해 준 신촌교회(이정익 목사)가 지금까지 계속 역할을 해준 것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사역을 시작한 15년 전에 국내에 외국인은 30만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8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는 많이 미흡하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전국에 500여 교회와 단체가 외국인노동자 및 다문화 사역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선교’를 해외에서만 하는 것으로 여기지 말고, 이제는 국내에 유입된 이들을 효과적으로 전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교회 5만 교회 중 80%에 육박한 숫자가 미자립교회라는 상황 속에서 “큰 교회와 작은교회가 공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철한 대표는 강조한다.
“작은교회도 얼마든지 선교할 수 있습니다. 교회 건물도 있고, 시간도 있고, 접촉점도 더 좋습니다.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 선교할 때 언어와 문화가 달라서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은 한국에 정착하며 살기를 원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다가가면 그런 문제는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다문화가정의 경우 언어, 2세 아이 문제, 소통이 잘 안 되는 남편과 시댁으로 인한 상담 등을 필요로 한다. 아이를 위해서는 교회들이 방과후 교실로 도움을 주고, 엄마들에게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 가정의 문제 등을 상담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
“외롭고 아플 때,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그들에게 주님의 사랑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준다면 그들의 마음 문은 열리게 됩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복된 소식(예수님)도 들려준다면 시름에 빠진 그들에게는 더없는 생명의 물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외국인선교회에서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TM 웍샵에 더 많이 참여하여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해갈 수 있도록 자립한 교회들이 적극 도와줄 것을 호소한다.
올해만 400여 명의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웍샵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1인당 8만원의 비용을 자립교회 몇 군데가 지원해서 가능했다. ‘우리 교회’가 자립돼 있다고 자위하지 말고 ‘한국교회 모두가 우리교회’라는 마인드로 이 사역을 위해서 지원한다면, 그래서 많은 작은교회들이 힘을 얻어 자생의 길로 나아간다면 이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원한 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지역복음화가 이뤄져 하나님께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전철한 대표는 강조한다.

- 양승록 기자

[출처] 들소리신문, 2015년 11월 29일자(제1580호),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