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열전

한국 기독교 교육의 선구자 아펜젤러

헨리 G. 아펜젤러는 1858년 2월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서더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래 그의 선조는 독일계 루터교회에 속해 있었다. 1882년 아펜젤러는 미국 독일계 루터교회 교육기관인 프랭클린앤드마샬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다시 드루 신학교에 입학했고 1884년에 감리교회외국선교부의 조선선교사로 임명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1월 드루 신학교를 졸업했다.

아펜젤러는 결혼 및 졸업과 동시에 조선을 향해 떠날 채비를 했는데, 1885년 2월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선행 배를 기다리면서 파울러 감독에게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튿날 아펜젤러와 부인 엘라 닷지를 태운 아라빅 호는 조선으로 향했다. 그 때 동승했던 사람으로 스크랜톤 선교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감리교부인외국선교회의 정식 임명을 받은 그의 어머니가 있었다.

아펜젠러 일행은 3월5일 일본 동경 아오야마에 있는 일본 주재 선교사 맥클레이와 만나 선교 준비회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선선교회가 정식 발족되고 책임자로 맥클레이, 현지 부책임자로 아펜젤러가 각각 선정되었다. 스크랜톤 부부와 그의 어머니는 요코하마에 머물며 언어 공부를 계속하는 동안 아펜젤러 부부는 조선으로 떠났다. 제리오마루 호에는 아펜젤러 내외뿐만 아니라 언더우드, 미국회중교회 선교부의 테일러와 스쿠더도 함께했다.

1885년 4월5일 부활절 아침, 제물포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은 언더우드만이 할 수 있었다. 아펜젤러는 부인과 동행해 신변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입국거절, 일본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지만 약 한 달 뒤 5월3일 맥클레이 선교사의 권고로 스크랜톤과 함께 조선으로 다시 들어왔다.

 아펜젤러의 대표적인 공적으로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초석을 닦은 배재학당 창설을 들 수 있다. 초창기 학생으로는 이겸라, 고영필 두 사람이 있었다. 1886년 6월8일에 정식 개교를 했고 7월2일까지 6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고종황제가 학교명을 직접 지어 주는 동시에 학교 간판을 써주었다. 교훈은 마20:26-28을 토대로 한학자 조한규가 ‘욕위대자 당위인역’을 문자화했고, 1895년부터는 대학부도 설립 및 운영했다.

두 번째로는 정동감리교회의 창립(1887년 10월9일)이 있다. 정동교회는 최초의 감리교회인 동시에 장로교의 새문안교회와 더불어 한국 개신교의 어머니 교회이다. 아펜젤러는 1889년 초부터는 한국 감리교선교회의 감리사(책임자)가 되어 교회 조직에 착수했다. 1899년의 교세는 입교인 128명, 학습교인 224명, 주일학교 평균 출석 학생 250명, 교사는 15명이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문화연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언제나 탐험과 개척 정신으로 한국의 오지를 많이 돌아다녔다. 1888년 8월 그는 존스와 함께 15일간 강원도 원주를 방문했고, 이어 대구와 부산까지 이르는 380마일의 장거리 여행을 함으로써 개척 선교의 터를 닦았다. 당시 신분을 감추기 위해 천주교 신부들이 착용하던 방갓(상제喪制가 쓰는 외출용 갓)과 상복 차림이 아닌 평상복으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접촉했다.

네 번째 공헌은 적극적인 독립운동의 지원이다. 그는 배재학당 내 협성회를 조직했는데, 이것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학생회이며 서구식 의회법을 제일 먼저 실천한 단체였다. 주요 강사는 서재필, 윤치호, 신흥우, 오긍선, 여운형 등 한국 민주주의의 선각자들이었다. 더욱이 아펜젤러는 서재필, 윤치호, 이상재, 이채연 등이 독립협회를 조직할 당초부터 깊이 관여했다.

다섯 번째로는 문서선교와 성서번역을 들 수 있다. 그는 <협성회보>라는 학생회 기관지의 발간을 독려하고 1897년 2월2일에 <조선그리스도인회보>라는 교회신문을 창간했다. 신문을 찍어낸 삼문출판사는 배재학당 내에 인쇄소를 차렸고, <독립신문>. <한국유기>, <천로역정>, <사민필지> 등의 기독교 문서를 출판했다. 또한 1887년에는 단독으로 마가복음서를 번역한 바 있다. 1890년에는 언더우드, 스크랜톤 등과 함께 성서번역위원회를 조직하며 성서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국의 초기 선교를 주도했던 아펜젤러이지만, 1902년 목포에서 열리는 성서번역위원회의 참석 때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는 오사카 상선회사 소속 여객선 구마가와마루에 자신의 조수 조한규와 고향으로 돌아가던 이화학당 여학생을 데리고 같이 탔다. 1902년 6월11일 밤 배는 같은 회사 소속 기소가와마루와 충돌하여 순식간에 침몰하고 만다. 그의 나이 45세 때였다.

아펜젤러의 사역과 정신은 그 후 아들과 딸에게로 이어졌는데, 아들은 배재학당의 4대 교장을 지낸 아펜젤러 2세이고, 딸은 이화여자전문학교의 초대 교장을 역임한 앨리스 아펜젤러이다. 아펜젤러는 1남3녀를 두었는데 장남과 장녀 모두가 교육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 받아 한국 근대 교육의 기반을 닦는 데 일생을 바쳤다. 아펜젤러 2세는 1953년 12월1일 뉴욕 감리교 병원에서 별세, 1954년 10월18일 양화진으로 이장했고, 앨리스 아펜젤러는 1950년 2월20일 예배 인도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별세했다.

자료출처: <양화진 선교사 열전>(전택부 지음, 홍성사)